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개정 증보판 ─ 창당부터 코빈의 실패까지: 개혁주의 120년사

강철구 111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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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의 권력 구조에서 구심 역할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 관료들이다. 이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노동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노동조합 관료들의 구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들의 착취 조건을 놓고 자본과 협상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관료들은 때로 파업이나 투쟁을 이끌기도 하지만, 이러한 투쟁을 자본과의 협상을 위한 압력 수단으로 활용한다. 노동조합 관료들은 자본주의의 결과에 맞서 싸우지만 본인들이 협상 전문가 구실을 담당하는 체제 그 자체를 유지하는 데에 이해관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조합 상근 관료층은 노동당을 포함한 노동운동 내에서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세력이다. 영국 노동당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관료들의 정치적 표현체다.

이런 사회적 기반 때문에, 영국 노동당은 진정한 반자본주의 정당이었던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또, 당내 좌파들이 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다. “노동당은 노조 관료들의 정치적 위치 전환일 뿐이다. 노동당과 노조 관료들은 서로 원칙이 다른 것이 아니라 기술적 분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함께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밑에서 떠받치고 있다.”

이런 분업은, 노동당이 ‘정치’를 담당하고, 노조 관료들이 ‘경제’를 담당하는 식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행동을 보조해 주기도 하고, 서로에 알리바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노조 관료들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자’면서 투쟁을 자제시키고, 노동당은 집권 후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노동자 투쟁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 관료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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