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개정 증보판 ─ 창당부터 코빈의 실패까지: 개혁주의 120년사

강철구 111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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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은 자본주의가 정해 놓은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거센 압력을 영국 지배계급과 노동당 내 우파한테 받았고, 결국 이런 압력에 굴복했다. 나토 탈퇴 문제, 핵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문제, 무엇보다 브렉시트 문제 등에서 거듭 후퇴하면서 말이다. 코빈이 양보할수록 우파들은 더 기세등등해졌다.

하지만 코빈의 실패는 단지 압력 때문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를 활용해 체제 내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개혁주의 전략이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영국 노동당 좌파들은 의회 밖 투쟁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조차 투쟁을 선거 정치에 종속시킨다. 코빈이 부상할수록 노동당 집권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이 커졌고, 실제 변화의 동력인 아래로부터의 투쟁은 약화됐다.

2019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해서 코빈이 총리로 선출됐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코빈 정부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 진지한 개혁을 추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본주의에서 진정한 권력은 군 장성, 자본가들, 고위 공무원들, 언론사 사장 등 선출되지 않는 세력에 있다. 이들에게는 선출된 좌파 정부의 개혁 시도를 좌절시킬 다양한 수단이 있다.

1970년대 초반에 노동당이 상위 25개 기업의 국유화, 민주적 산업 통제 등을 골자로 한 대안경제전략을 제시했을 때, 자본가들은 온갖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판 전경련의 회장 캠벨 애덤슨은 당시 “투자 파업, 즉 재계가 투자를 보류할 가능성, 세금 납부를 거부했을 경우의 문제들 그리고 합법적이지 않은 방안들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코빈이 영국의 핵무기를 없앨 수 있다고 밝히자 영국 군 장성들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럴진대, 영국 노동당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집권으로 이런 압력을 모두 물리칠 수 있으리라고, 또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이런 압력에 굴하지 않는 정당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 진정한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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