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8호 2021년 3~4월호)

지난 호

이집트 혁명에 대한 개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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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집트인들이 무바라크 정권의 정치인과 관료들을 ‘펠로울’(불신받은 체제의 “잔당”[이라는 뜻의 아랍어])이라며 거부하듯, 무바라크와 공범이었던 국제 기구들과의 협상에도 반대한다. IMF는 민영화, 규제 완화, [식민지 시대의 지주와 그 가족들에게] 토지 반환 등 무바라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의 주요 설계자였다. 33 이런 정책들의 부활을 암시하는 협상들에 대한 적대감이 광범하다. 새 정부에서 무바라크의 범죄 행위(그와 그의 일당들이 수감돼 있는 까닭)의 연장에 있는 일들이 승인된다는 생각에 많은 이집트인들이 역겨워한다. 더 많은 차관이 예상되면서, 무바라크 일당이 자산을 해외 은행 계좌에 수십억 달러씩 숨겨두거나 유럽, 특히 영국의 부동산에 투자했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34 막대한 IMF 차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영국 등 IMF와 관련된 주요국들이 이집트인들의 자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데 왜 이집트가 새로운 채무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IMF 차관은 이집트인들에게 많은 불쾌함을 떠올리게 한다. 무바라크의 범죄 행위, 해결되지 않은 ‘펠로울’의 혐의들, 외국의 국내 자원 수탈, 이집트·외국 은행들의 구실과 부당이득, 식민 점령의 유산과 오랜 국가 부채의 역사, 제국주의와 그것이 이집트 사회에 미친 영향 같은 것들 말이다.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2012년 8월 카이로를 방문했을 때, “정실 자본주의 반대”, “자본주의 타도하라”, “차관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가 라가르드를 맞이했다. 35 2012년 11월에는 17개 정치단체들 연합해 카이로 중심부에서 금융 “식민화”와 정부-IMF 비밀 회담을 규탄하며 IMF 협상 반대 행진을 벌였다. 36 나세르주의자인 함딘 사바히가 이끄는 이집트민중경향Egyptian Popular Current은 차관 조건과 관련해 IMF에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캠페인을 발족했다. 사바히가 IMF에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당신들의 차관이 우리가 가난한 원인이다. 우리 정치에[원문 그대로 — 마플릿] 개입하려는 당신들의 요구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당신들 기관과 차관의 역사는 우리 경제에 재앙이었다.” 37 사바히는 많은 노동자, 도시 빈민, 도시 중간계급 구성원들의 생각을 반영했다. 이 사람들은 혁명의 현 단계에서 근원적인 쟁점이 되는 구호를 이집트 전역에서 외치고 있다.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 파시즘”

막대한 차관을 새로 들여오는 것은 무르시에게 위험한 일이다. IMF의 예산 삭감, 보조금 삭감 요구에 대해 얼버무릴 때마다 무르시는 권위를 잃고 있다. 한 이집트인 학자이자 활동가는 이렇게 논평한다.

특히 무르시가 당선된 이래, 이크완[무슬림형제단 — 마플릿]의 영향력에 꼭 필요한 종교적 권위의 후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무르시는 점점 더 수상쩍은 협상을 갑작스레 들고 나오는 별다를 것 없는 정치인으로 비치고 있다. 무바라크를 제거하기 위해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투쟁했던 형제단원들은 무르시가 가는 방향에 분노하고 있다. 하나의 정당으로서 무슬림형제단은 큰 문제에 봉착해 있는데,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권력을 도덕적 목적을 위해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38

이슬람주의 운동 전반, 특히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의심은 이집트 안팎에서 첨예한 쟁점이다. 지난 10년간 이슬람주의 운동이 ─ 특히 레바논·팔레스타인·튀니지·이집트 등 ─ 아랍 정치 전반에 걸쳐 중요한 흐름으로 재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점점 더 집요한 반발도 촉발됐다. 이슬람주의 운동은 “파시스트”며, 대중 운동 파괴에 골몰하고, 무바라크보다 훨씬 더 억압적인 정권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널리 퍼져 있지만, 이집트 내에서도 특히 옛 공산당 출신들 중 일부가 그런 제기를 한다. 그렇다면 이슬람주의 운동의 성격은 무엇이고, 오늘날 혁명 과정에 어떤 함의를 주는가?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하던 2006년에 조지 W 부시는 헤즈볼라를 “실질적이고 뿌리깊은 이데올로기”인 “이슬람 파시즘”의 문제라고 연설했다. 39 이것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정치적 주변부에서, 이스라엘에서는 그보다 더 광범하게 지금까지 사용되는 표현들을 차용한 것이다. 이 표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은 애초에는 학술지에 국한돼 있었지만 곧 언론에 널리 보도되면서 이슬람 정치 운동은 “파시즘적” 요소가 있다는 관념이 널리 퍼졌다. 40 영국에서는 보수 칼럼니스트 재닛 데일리가 부시에게 박수를 보내며 자신의 주장을 폈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정확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파시즘적이다.” 41 데일리는 레바논 분쟁에서 ─ 데일리가 “서방의 대리인”이라고 묘사한 ─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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