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와 성서 오독에 맞서는 유용한 무기

성지현 117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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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자가 성서 집필자들이 몰랐던 오늘날의 동성애 개념을 “거의 평생 지속되는 배타적이고 동등한 동성 간 성 관계”로 설명하는 것은 협소해 보인다. 동성애 관계에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대일 관계뿐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한편 저자는 로마서 1:26-27에 한해서는 유보적이다. 저자는 이 본문이 남성 간 관계만이 아니라 여성간 관계도 문제삼고 있다는 점,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 듯하여”라는 구절을 보면 단지 성행위만이 아니라 “동성애적 욕망 내지는 성향”도 문제 삼는다는 점 등 때문에 다른 본문과 다르게 좀더 분명한 “반동성애적 본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바울이 갖는 “시대의 한계”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특유의 신중함으로 해당 본문의 내용과 맥락을 구체적으로 꼼꼼히 따져 보는 과정은 흥미롭다. 또, 저자의 말대로 바울이 이방인이나 노예에 대해 급진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달리 성 문제에서는 전반적으로 보수적 관점을 보였기에, 당시 동성 관계에도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다른 본문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동성애 반대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더 강조하는 게 일관될 것 같다.

물론 위 성서의 본문들이 오늘날의 ‘동성애’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는 점만을 논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보수 복음주의자 중에는 이를 인정하면서 성서가 금지한 ‘동성 간 성행위를 하지 않는 동성애적 관계’만 성서적·신학적으로 허용하는 입장도 있다.5 하지만 이런 입장 역시 저자가 비판하는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무엇보다 바울 공동체의 기본 바탕을 이뤘던 갈라디아서 3:28의 정신을 오늘날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노예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3:28)”인 것처럼, 오늘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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