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와 성서 오독에 맞서는 유용한 무기

성지현 117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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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가?

저자는 2장에서 동성애 반대의 근거가 되고 있는 성서의 본문(창세기 19:1-29, 레위기 18:22, 20:13, 고린도전서 6:9, 로마서 1:26-27)들을 역사적·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성서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게 아님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단, 로마서에 대해서는 단서를 둔다.)

이 장은 책에서 단연 빛나는 부분이다. 여성 성서학자인 저자가 오랫동안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기초가 되는 성서를 연구하고 성찰해 왔던 연륜이 묻어 난다.

먼저, 하느님이 ‘불과 유황으로 심판’하신 소돔의 죄가 동성애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명백해 널리 수용되고 있다. 저자는 “구약성서와 유대교 전통에서 이 죄는 외부인을 적대하는 악행의 전형”이고, “가난한 사람을 냉혹하게 대하고 자신의 부를 가난한 사람과 나누지 않는 죄”를 의미한다고 말한다(사1:10-17;3:9; 렘23:14; 겔16:49-50 등). 소돔의 죄를 모종의 ‘성적인 타락’과 연결시키고 있는 부분조차(유다서 1:5-7) 동성애와 무관한, “다른 육체”(즉 인간과 천사)와의 결합을 가리킨다. 저자에 따르면 소돔을 “남색”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은 12세기부터였다.

좀 더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듯한 성서의 본문에 대해서는 어떤가? 레위기 본문은 남자가 “남자와 ‘여자가 자는 것’을 하면 안 된다. 그것은 망측한 짓이다. 그들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진다”고 말한다. 고린도전서6:9는 “불의한 자” 중에 arsenokoitaimalachoi를 포함한다. 이는 “남색하는 자”로 번역돼 왔다.

보수적 개신교인들이 성서 본문의 다른 내용들은 자주 무시한다는 모순은 차치하더라도, 저자는 이 부분도 역시 반동성애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때 저자가 핵심적으로 논증하는 방식은 마르크스주의적 분석3과 상당히 비슷하다. 즉, 성서가 쓰였을 당시에는 오늘날의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서 집필자들도 ‘동성애’를 반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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