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서평: 《인종차별과 자본주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 ─ 인종, 계급, 자본주의의 관계를 탁월하게 밝히다

임준형 171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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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세계 체제이며, 노동계급은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계급이다. 동시에 자본주의가 경쟁하는 여러 국민 국가들로 분열돼 있다는 점 때문에 노동계급도 국경을 따라 분열돼 있다. 또한 노동자를 충분히 공급받기 위해 자본가가 해외에서 노동자를 들여와야 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도 노동계급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계급투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회주의 혁명 과정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투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은 구분은 되지만 분리되지 않는 하나다.

끝으로, 저자가 1992년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다룬 부분이 무척 흥미롭다. 이 책이 1993년에 처음 출간됐으니(이 글이 최초 발표된 것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1992년 여름 호였다) 당시 가장 최근의 반란을 분석한 것이다. 저자는 이 반란에 다인종이 참가했고, 여러 인종의 노동계급이 모두 경기 침체와 그 고통을 떠넘기려는 레이건 정부의 공격을 받은 것이 그 배경에 있었다는 점, 이처럼 반란의 과정에서 흑인 노동계급과 백인 노동계급은 단결한 반면 흑인 중간계급은 분열했다는 점(국가 상층부에 진출한 흑인들은 반란을 지지하지 않았다)을 특징으로 꼽는다. 이런 특징들은 바로 오늘날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투쟁과 많이 닮았다.

저자는 한인 상점 약탈을 부각하며 사태의 본질이 ‘인종 간 전쟁’인 것처럼 LA 반란을 묘사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문제의 원흉(국내외 대기업)에 대한 분노가 자본과 노동 대중 사이의 중개인 계층을 형성하고 있던 한인 상인에게 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도심 곳곳에 이런 인종적 구성이 형성된 현실을 지적하며, 분노가 주적을 비껴가지 않게 하려면 계급을 출발점으로 삼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런 결론은 오늘날 인종차별에 맞서는 투쟁에도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종차별에 분노하고 맞서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MARX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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