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 청년 문제와 공정성 ─ 왜 문재인 정부에서도 불공정성은 여전한가?

양효영 170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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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는 자본주의가 계급 사회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철저하게 불공정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와 노동계급 자녀들이 공정하게 경쟁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계급적 차이 때문에 똑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입시를 비롯해 각종 시험들이 부잣집 자녀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고소득층 자녀가 저소득층 자녀보다 수능에서 더 높은 등급을 5배 가까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위 소득 5분위 부모의 자녀 11퍼센트가 수능에서 1~2등급을 받는 반면, 하위 소득 1분위의 자녀는 2.3퍼센트만 1~2등급을 받았다.5 경기도교육청·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간한 《통계로 보는 교육정책》(2015)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고소득 가구와 최저소득 가구 학생의 평균 수능 점수는 최대 43점가량 차이가 났다. 특히 외국어영역(영어) 점수 차이가 가장 컸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유층은 규칙의 허점도 더 잘 알고 있고 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권력이 막강하면 있는 죄도 없앨 수 있다. 예컨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은 군 휴가 기간 종료 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는데,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서 사후 휴가 연장 처리가 됐다.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었다면 탈영으로 간주돼 처벌받았을 일이다. 심지어 법무부 장관인 엄마 추미애는 아들의 사건 담당 검사를 좌천시키며 수사를 방해했다.

다시 말해, 경쟁은 진공 속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개인의 노력보다 결과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그 결과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미 불평등이 근저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게임의 룰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다.

예컨대, 입시 제도에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더라도, 학생부 비율을 확대하더라도 부유층 자녀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서울대에 정시로 입학한 학생 중에는 강남·서초 지역 학생들이 월등히 많다. 조국 자녀 특혜가 보여 주듯이 인턴십, 해외 경험 등 학생부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경력 또한 부유층에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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