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미국 대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김준효 165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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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전략은 큰 틀에서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취한 전략의 재판이다. 이 전략의 기본 전제는 ‘트럼프(최악)만 없으면 미국 사회가 정상으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차악)에 투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상 상태’는 앞서 묘사한 지옥도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깨닫는 지금, 이 전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바이든에 투표하려는 사람 중 3분의 2는 단지 “트럼프가 아니기 때문에” 바이든에 투표하며, 정책이나 후보자 면면을 지지해 투표하는 비율은 고작 한 자릿수대다.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줄곧 앞서지만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2016년에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격차를 바이든보다 훨씬 많이 벌리고도 트럼프에 패했다. 그런데도 바이든이 클린턴과 같은 전략을 취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그 때문에 대중과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 타리크 알리가 “극단적 중도”라고 부른 ─ 신자유주의 정치 자체가 위기와 혼란에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11

이 대목에서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의 가장 유명한 리더들인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잘못을 돌아보자. 샌더스는 예비경선 초기부터 “누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든 지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2016년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처사다. 당시 클린턴 지지를 선언해 지지자들의 사기를 결정적으로 꺾었다.12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이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4~5월부터 바이든 선거운동본부에 참여해 바이든을 “친서민” 후보로 포장해 줬다. 명백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이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주변부에 머문 것도 이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

이 대목에서 2004년 대선 결과를 돌아볼 만하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이 강력하게 분출해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고 공화당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지지율을 역대 최악에 가깝게 떨어뜨렸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는 자신이 부시보다 이라크 전쟁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고, 대중의 실망을 사 큰 표차로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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