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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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의 공약은 공염불이었다. 아동·양육 복지는 찔끔 개선됐을 뿐, 필요 수준에 턱없이 미흡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의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복지 확대와 재정 투자에 지독히 인색했다. 반면 기업 살리기에는 600조, 국방비에는 5년간 301조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정부는 노동계급 가정과 여성의 양육 부담은 외면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낙태죄 유지와 낙태 규제를 이용하려 한다. 이런 위선은 미혼모 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문재인은 미혼모 문제에 ‘각별히’ 관심이 있는 척했지만, 미혼모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복지를 내놓지 않았다.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미취학 아동을 양육하는 10~40대 미혼모 359명 대상)에 따르면,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은 92만 원에 불과했고 이 중 66만원을 양육비에 쓴다. 직업이 없는 사람이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었다.

코로나19는 미혼모에게 “대재앙”이었다. 미혼모 협회 ‘인트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소득이 절반 이상 감소한 미혼모 가구가 62퍼센트였다. 빈곤에 허덕이는 미혼모들은 아이에게 마스크조차 사 줄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지만, 냉혹하게도 문재인은 마스크조차 무상 제공하지 않았다. 낙태 반대 진영도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를 추켜세우며 낙태 비난의 지렛대로만 이용할 뿐 미혼모의 어려움과 고통에는 큰 관심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와 양육 지원 등을 크게 확대하지도 않으면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더욱더 부당하다.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출산은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낙태와 출산은 오롯이 여성이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허구적인 ‘태아 생명권’ 논리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를 유지하며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 논리는 낙태 금지론자들이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적 이데올로기이다. 그래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킨다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며 낙태 제한으로 이어질 뿐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재 결정문에도 “태아는 모체와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라며 태아의 ‘생명권’ 논리를 지지한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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