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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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권 운동에서도 개혁주의적 접근법은 한계를 드러냈다. 주류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낙태죄 폐지”에 열의가 있다고 여겨 큰 기대를 걸었다. 문재인 정부가 23만 명의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서 모호하고 실효성 없는 답변을 내놨음에도 여연은 정부의 답변을 “전향적 태도”라며 추켜세웠다. 이후 ‘낙태시술 의사 처벌 강화’ 등 문재인 정부가 노골적으로 낙태죄 존치 의사를 드러냈을 때 이 조처를 비판했지만, 문재인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이번 정부의 낙태죄 존치 개정안 논의에 참가한 5개 부처 장관 중 여성가족부, 법무부, 교육부 장관 모두 여성장관이었지만, 주류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로비와 ‘압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

고무적이게도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낙태죄 폐지와 낙태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 지지 여론은 높았지만 낙태권 운동이 대중운동으로 발전하지는 못 했다. 2019년 3월 8일 비웨이브 주최 집회에 3천여 명이 모인 것이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이 운동도 이 시위를 끝으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의 낙태 관련 법 개정안은 많은 여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러나 낙태 반대 세력들은 정부안에 반발하며 후퇴 압력을 넣고 있다. 정부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해도 이들은 낙태 반대 운동을 지속하며 일부 확대된 낙태 허용 요건조차 축소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다.

낙태 반대 세력의 공격과 국가의 낙태 처벌과 규제에도 맞서 여성들과 노동계급이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낙태권 운동은 노동계급의 구실이 컸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로 낙태가 합법화된 것은 낙태권 운동이 노동계급이 대거 참여하는 대중 투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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