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6호 2020년 11~12월호)

지난 호

문재인 정부의 낙태죄 유지 법 개정안 논란 ─ 낙태는 왜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

전주현 123 36
36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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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낙태 살인론’ 교리는 평범한 신자들의 삶과도 괴리가 크다. 2014년 5개 대륙 12개 국가 가톨릭 신자 1만 2천48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낙태 반대 의견은 33퍼센트에 불과했고, 무조건 혹은 조건부 낙태 허용 의견은 67퍼센트(미국은 76퍼센트)였다.11 앞에서 살펴보았듯, 성경이나 교회의 역사를 보든, 교인들의 실제 삶을 보든 가톨릭과 개신교 우파가 낙태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낙태 전면 합법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현행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는 낙태죄 폐지 여론이 성장해 온 것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한 여성운동의 성과였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었다. “태아 생명권 보장을 전제하고 있어, 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 자체는 적합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제약의 범위가 문제라는 것이다.”12 문재인 정부는 헌재 결정이 제시한 낙태 허용 범위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개정안을 내놓았다.

많은 여성단체들과 노동단체 일각에서 헌재 결정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해 헌재 결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일관되게 옹호한 것처럼 평가했는데, 이것은 과잉해석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헌재 결정에 따르라고 촉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런 주장은 보수적인 국가기관인 헌재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대중에게 수동성을 부추긴다.

여성운동은 헌재 결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일관되게 옹호해야 한다. 낙태죄 폐지와 함께, 기간과 사유 제한 없이, 여성이 원하면 무조건 낙태가 허용되는 전면 합법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만만치 않은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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