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일반 논문

정체성 정치 ― 차별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정진희 17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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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운동이든 대중운동이 분출하면 그 운동 내에서 상이한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운동이 분화되기 마련이다. 단일 쟁점 운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차별의 사회적 뿌리에 주목하며 지배계급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혁명적 운동의 전망과 정치가 필요하다.  

한편,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에서도 정체성 정치가 강력한데,8 여기서도 운동주의와 함께 중간계급 지도자들의 개혁주의가 공존한다. 후자는 개혁 입법이나 국가인권위의 지침 등을 활용하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자는 개혁주의 전략을 추구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성소수자 차별 개선에 어떤 관심도 보여 주지 않았고 심지어 차별을 부추기는 데 동조하기도 했다. 이에 실망해 성소수자 단체들이 비판적 성명을 내곤 했지만, 정부와의 협력 기조를 근본에서 바꾸진 않았다.

한국의 지배계급이 아직 성소수자 운동에 실질적 양보책을 취하지는 않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지배계급이 몇몇 개혁 조처를 취하고 일부 운동가들을 체제의 상층부로 흡수했다. 투쟁적 성소수자 운동이 초기에 비해 크게 약화됐고 현재 부유한 성소수자들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9

오늘날 서구에서는 대자본가들과 부르주아(노골적 친자본주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들도 노동계급의 일자리와 조건을 공격하기에서는 여느 권력자들과 마찬가지다. 기성 체제의 일부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중간계급은 정체성 정치를 옹호해 왔지만, 노동계급 성소수자들의 조건 개선에는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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