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1930년대의 대불황과 미국의 뉴딜

이정구 2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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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독일이 지불할 전쟁 배상금을 두고 연합국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금본위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금 준비금을 비축하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금본위제의 작동이 방해 받았고, 이 때문에 사태가 악화했다고 봤다. 그래서 아이켄그린은 금본위제라는 오래된 믿음에서 벗어나 각국이 적절한 환율 정책을 폈더라면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1920년대의 상황을 잘 묘사하지만 금본위제를 파탄에 이르도록 한 각국의 내적 동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21

지금까지 살펴본 주류 경제학 이론들은 서로 상대방의 논리에서 나타나는 허점을 한두 가지 반박할 수는 있었지만 1930년대 대불황의 원인을 꼭 집어 제시하지는 못했을 뿐 아니라 반론에 제대로 답변하지도 못했다. 반면 이윤율의 위기를 대불황의 원인으로 보는 마르크스주의적 설명이 있다.22

마르크스주의의 설명

주류 경제학과 좌파 학자들 심지어 일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대공황을 마르크스의 기본 이론에 기초할 때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바로 이윤율 저하 경향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축적(투자)은 잉여가치의 원천인 노동력의 확대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투자 대비 잉여가치, 즉 이윤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착취율을 높이거나 생산 기술을 고도화해서 일시적으로 이윤율 하락 경향을 억제할 수 있다. 다른 한편, 공황 자체가 기업 설비의 가치를 대폭 하락시키고 대규모 실업을 발생시켜 임금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이윤율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조셉 질먼, 셰인 메이지, 루이스 코리 등은 미국의 이윤율을 추계한 결과 하나같이 1880~1920년대에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약 40퍼센트 하락했음을 보여 줬다. 그 원인은 앞서 설명했듯이, 노동력 대비 투자의 비율, 즉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이었다. 1922년부터 1929년 초까지 실질 임금은 고작 6.1퍼센트, 소비는 18퍼센트 상승했지만, 공업 생산량은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이런 불균형은 대공황 직전에는 절정에 이르렀는데, 산출량이 소비보다 세 배나 빠르게 증가했다.23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려면 이처럼 커져가는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런데 앨빈 핸슨이나 R J 고든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생산적 투자가 이 간극을 결코 메우지 못했다.24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휴자본이 1920년대 후반의 거품 형성을 더욱 조장했다. 앞서 말한 플로리다 주택 붐이나 폰지 사기 외에도 라디오 수신기 산업도 거품의 한 예다. 이 신생 산업이 엄청난 이윤을 약속하는 듯이 보이며 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투기 같은 거품은 부를 이전시킬 뿐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은 줄이지 못했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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