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후 위기, 자본주의, 그린뉴딜

정선영 93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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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증기기관과 기계의 발명을 낳은 산업혁명은 석탄을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석탄을 이용해 철강·선박·기차 등의 산업들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전은 석유 사용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양차 대전을 거치며 석유 사용은 더욱 증가했고, 플라스틱·고무·나일론·석유화학제품 등 석유 부산물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단지 제조업뿐 아니라 식품 생산과 유통, 사무실 건물 가동과 난방, 노동자의 출퇴근, 노동자의 재충전과 재생산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 데에도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비료·농약 등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산업도 화석연료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기간산업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 체제를 온전히 남겨둔 채 벗겨낼 수 있는 껍질 같은 게 아니다. 화석연료는 체제의 모든 측면에 깊숙이 박혀 있다.”(캐나다의 생태 사회주의자 이안 앵거스)

만약 재생에너지로 전면 전환하려면 이토록 어마어마한 투자를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이 눈앞에 다가와도 자본가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체제 전체로 보면 화석연료를 폐기하는 게 이익이라 할지라도 개별 자본가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런 개별 자본가들의 맹목적인 경쟁을 동력으로 굴러간다.

게다가 화석연료 기반 산업들이 체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위기는 자본주의 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그래서 최근 각국 정부들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들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들이 6월 초까지 기업에 지원한 경기부양 자금은 5213억 달러(약 630조 5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97.6퍼센트인 5090억 달러가 항공과 자동차, 석유회사 등 탄소 대량 배출 업종에 지원됐다.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엔 2.4퍼센트인 123억 달러를 지원했을 뿐이다. 이는 각국 정부와 자본가들의 투자 우선순위를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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