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후 위기, 자본주의, 그린뉴딜

정선영 93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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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각국 정부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부분적인 규제 조처들도 도입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시장과 이윤의 논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압력 때문에 불충분했고,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기 십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1997년 교토협약에서 채택된 ‘배출권 거래제’다. 이는 이산화탄소 1톤당 배출권에 가격을 매겨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이를 거래할 수 있게 하면 결국 가격 압력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이 협약은 화석연료 기업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의 압력으로 완전히 누더기가 돼 버렸다. 탄소 배출 기업들은 정부에 로비해 값싸게 배출권을 샀고, 이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는 데 큰 제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배출권 거래제는 국제적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다. 또, 할당량을 초과해 탄소를 배출한 나라들이 1990년대 우크라이나처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탄소 배출이 줄어든 나라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배출권 거래제는 실제 배출량은 줄이지 못하면서 수치상의 배출량만 조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시장에 의존하는 식의 대안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되레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제안되는 바이오 에너지(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 등 곡물이나 그 잔여물로 만드는 에너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바이오 에너지가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카길 같은 대기업들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방대한 산림을 파괴하고,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어 농민을 토지에서 몰아내는 등의 일을 벌였다. 환경 파괴적인 에너지 생산이 친환경으로 둔갑한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옥수수의 40퍼센트가 바이오 에탄올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2011년 아랍 혁명의 주요인이었던 물가 폭등의 원인이 됐다.

최근에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을 육성하면 경쟁력이 상승해 탄소 배출 에너지원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각국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왔고, 이 에너지원들의 단가는 하락했다. 오늘날 세계의 신규 발전설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70퍼센트에 달한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연평균 2.5퍼센트 성장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핵발전도 연간 1.4퍼센트씩 성장했다. 그래서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이 세계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으로 여전히 5.1퍼센트에 불과하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생산에 이미 거액이 투자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의 신규투자 증가만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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