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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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론자들은 때로는 ‘기본적 필요’만 충족시키는 것이라서 ‘재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액수가 충분해서 저질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해방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좌우 모두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는 기본소득이 중도좌파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부 우파와 자본가들에게도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주류 정치 무대에 오르자, 좌파적 주창자들에게는 기본소득제의 실현 가능성을 지배자들(또는 그 일부)에게 논증·입증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이후 제시된 다양한 기본소득안들은 기본소득의 취지에 공감하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심지어 좌파적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 지급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려 애썼는데, 이는 그들이 말하는 ‘노동을 거부할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논리다. “제일 난감한게 …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 현실적으로는 고용 증진, 시장노동 참여 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다.”31

‘충분한’ 액수가 얼마일지는 여전히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날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사람들은 대개 최저생계비32가 ‘기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33 그러나 최저생계비는 굶어 죽지는 않을 액수이겠지만 저질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액수는 되지 못한다.

게다가 최저생계비 운운은 기본소득의 취지에 공감하던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저질 일자리를 거부할 ‘자유’를 일부에게 부여해 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실업 급여는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퍼센트가량 되는데 이는 기초생계급여의 세 곱절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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