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기본소득 ― 복지국가의 21세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호종 1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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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실제

일부 논자들이 암시하는 것처럼 ‘저질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액수’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기존 사회수당들을 폐지(통합)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이 스탠딩이나 금민 등은 기본소득을 통해 노동계급 사람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거부’할 힘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노동시장 바깥에서 살아갈 수도 있는 선택지(‘자유’)가 마련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사람들이 극단적 빈곤에 내몰려 아무 일자리나 닥치는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은 것이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청년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이 기본소득 제안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2000년대 초 세계적으로 벌어진 대안세계화 운동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좌파와 사회주의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액수가 얼마쯤 돼야 그 기본 취지를 충족하는 것일까? 기본소득론자들도 이점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래 기본소득의 대표적 주창자들의 모호한 말을 들어 보자.

“’기본’basic이라는 말은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이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래 의도는 완전한 경제 보장이나 풍요가 아니라 기본적인 경제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완전한 보장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 충분한 먹을거리와 살 곳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배움의 기회와 의료에 접근할 기회 … 모든 사람이 동등한 지위의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자원을 가져야 한다.”29

“기본소득은 정의상 ‘기본적 필요’ 개념과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얼마나 높은 수준이어야 할까요? 사람들이 능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잠시 가정해 보죠. 모든 이의 형식적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서, 가장 적은 실질적 자유를 가진 사람들의 실질적 자유가 극대화 되려면, 기본소득은 지속 가능한 최고의 수준에서 정해져야 합니다. 물론 관련된 지속 가능성의 개념 안에 유인 효과와 생태 효과 양자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때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의 극대화는 대안적 사회경제 체제를 평가하기 위한 간결한 기준을 제공해 줍니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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