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지난 호

쟁점:현재의 이슈들

흑인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 미국 흑인 해방 운동을 중심으로

김준효 165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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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흑인 민족주의(분리주의) 정치는 모종의 정체성 정치로 퇴행했다. 이들은 1960년대의 급진성을 잃고, 사회 변화 전략에는 더는 별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 이 안에서 노동계급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는 전투적 부문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국가를 타도의 대상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이런 정치는 심지어 민주당의 반노동계급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급진적 흑인 이론가 매닝 매러블은 이렇게 지적했다. “사실상 이들[흑인 정치 이론가들]은, 합참의장 콜린 파월, 보수적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 쇠락해 가는 도시 빈민가의 흑인 실업자들, 흑인 노숙자들, 굶주리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흑인들의 이해관계가 철학적·문화적·인종적으로 같다고 주장한다. … 이는 계급적 지위가 향상된 흑인 프티부르주아에 안성맞춤인 이론이다.”7

이런 정치는 미국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특히 20세기 후반을 거치며 흑인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함께 흑인 내부의 차별도 심해졌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부유한 흑인들은 더 부유해졌지만 가난한 흑인들은 더 가난해졌다(이는 21세기에도 계속됐다). 많은 흑인들이 분노를 제도 정치에 기대지 않고 표출할 방법은 1992년 LA에서처럼 소요를 일으키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여겼다.8

‘주류화’ 전략은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사실상 완성됐다. 오바마의 당선은 실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기대가 하늘을 찔렀고, 주류 논평가들은 이제 미국이 ‘탈인종’ 사회가 됐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런 환상에 금이 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바마는 임기 시작부터 노동 대중의 희망을 저버렸다. 오바마는 경제 위기를 이용해 노동 대중의 삶을 공격하고 위기에 처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구제했다. 임기 첫 해였던 2009년 3월 오바마는 주요 시중은행 CEO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과 쇠스랑 사이에는 내 정부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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