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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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조국 자녀 입시 문제로 본 자본주의와 교육

정원석 전교조 조합원 162 33
351 1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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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고교평준화제도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평준화의 보완책으로 특목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지배계급과 중간계급에서 크게 반발하면서 확산 속도가 더뎠다. 노태우 정부는 평준화 폐지를 원했으나 87년 투쟁의 여파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과학고와 외고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는 자사고를 시범 실시했고, 노무현 정부는 특목고를 대거 늘렸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수직적인 고교 서열 체제를 완성했다. 현재 특권학교(특목고와 자사고)의 비중은 5퍼센트가 넘는데, 이는 평준화 이전 명문고(경기고, 경복고 등) 선발인원을 넘어선다. 중등교육이 확대되던 시기에 실시된 평준화 효과가 사라지고 중등교육의 계층화가 되레 심화됐다.

고등교육에서는 대학평가와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그동안 양적으로 팽창해 온 ‘과잉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변화에 맞춰 대학·학과를 재조직하려는 것이었다. 대학특성화가 강조되고, 대학평가를 통해 재정을 차등 지원해 소위 경쟁력 있는 대학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정원 감축을 유도하면서, 모든 대학에 지원하는 일반지원 방식을 폐지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한 선별지원 방식으로 전환했다. BK21에서부터 최근의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까지 모두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었다. 한편, 대학 정원감축과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 그리고 경제 위기 여파 등으로 2008년 83.8퍼센트의 대학진학률은 2017년 69.9퍼센트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직업계고의 고졸취업률은 19퍼센트에서 50.6퍼센트로 증가했다. 사실상 고등교육의 축소가 진행돼 온 것이다.

자본주의가 구조적 위기를 겪으면서 지배계급은 대중교육의 팽창기처럼 학교교육 확대에 투자할 동기와 능력이 줄어들었다. 침체에 빠진 경제는 대중교육이 (특히 고등교육이) 배출하는 노동력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교육받을 기회를 축소하고 교육의 계층화를 심화시킨다. 교육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교육 경쟁을 강화해 차별을 더욱 확대한다. 2000년대 이후 심화된 입시경쟁교육, 고교 서열화와 대학서열화, 그리고 교육 불평등은 그것의 결과이다.

최근 경제 위기, 산업의 변화(이른바 4차 산업혁명), 학령인구 감소(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적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진로·직업교육 강화, 고졸취업활성화(선취업 후학습, 일학습 병행제), 고교학점제 등. 우려스럽게도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정책들이다.

새로운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대중교육의 역사는 자본주의에서 학교교육이 자본 축적 방식의 변화에 조응해 변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자본과 국가가 원하는 대로 관철되지는 못했다. 노동계급의 저항에 부딪혀 타협하기도 하고 노동계급 투쟁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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