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서평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 에르네스트 만델, 이매진 ─ 《자본론》의 개념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점들

정선영 93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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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실제 현실은 상시적 군사 경제론이 옳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 책에서는 간단하게 언급하지만 사실 만델은 전후 장기 호황을 콘트라티에프의 장기파동론을 이용해 설명한다. 콘트라티에프는 멘셰비키였고, 1920~1930년대 소련의 경제학자였다. 장기파동론은 자본주의가 50~60년을 주기로 장기 순환을 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1780년대의 산업혁명, 1840년대의 철도, 1890년대의 자동차 발명으로 인해 경제가 성장했고, 이후 하락하며 주기를 그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많은 비판에 부딪혔다. 먼저 콘트라티에프가 규정한 파동 기간의 근거들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또 이제까지 경험적으로 자본주의가 장기적 주기를 그려 왔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런 주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볼 만한 자본주의의 내적 필연성은 없다. 만약 자본주의에 그런 내적 동학이 있다고 믿는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아무리 위기에 빠지더라도 결국은 회복해 장기적으로 평형 상태로 회복하는 조화로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콘트라티에프도 자신의 견해가 장기 균형 이론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자본주의 발전 곡선의 큰 단면의) 특성과 지속은 자본주의 힘들의 주기적 상호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체널을 통해서 자본주의 발전이 흘러가게 되는 외부 조건들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콘트라티에프의 주장을 비판했다.

콘트라티에프의 장기파동론은 균형잡힌 수학적 모델로 자본주의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설명 방식은 학술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구미가 당길 만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멘셰비키 좌파였던 니콜라이 수하노프의 주장을 더 참고할 만하다.

“콘트라티에프는 천문학자가 불변의 천체 궤도를 조사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제학을 연구한다. 자본주의의 발전, 성숙, 노쇠, 그리고 나아가서는 파멸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좀더 합리적인 접근법일 것이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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