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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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 에르네스트 만델, 이매진 ─ 《자본론》의 개념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점들

정선영 93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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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에서 1960년대까지 미국의 군비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은 1939년까지 무기에 거의 지출하지 않았는데(1퍼센트 이하), 1943년과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그 비율은 4.5퍼센트까지 급증했다. 그런데 전후 시기에도 이 수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1948년 전쟁 경비는 국민총생산의 4.6퍼센트였다.(간접적인 지출까지 고려한다면 9.8퍼센트) 그리고 한국전쟁 기간인 1951년에 14.4퍼센트(간접 지출까지 고려하면 21.1퍼센트)에 이르렀고 그 비율은 1960년대 말까지도 9퍼센트에 달했다.17

이런 군비 지출은 모순된 효과를 냈다. 군비 지출로 인해 잉여가치의 많은 부분이 군비에 투자되면서 높은 성장률이 유지됐다. 동시에 막대한 무기 지출은 생산적인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켰고, 그와 더불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세가 둔화해 이윤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비생산적인 부분인 군비로 많은 잉여가치가 유출되면서 성장은 높게 유지되면서도 이윤율 하락 경향은 줄어들었던 것이 전후 장기 호황이 유지된 배경이었다. 이를 설명한 이론이 ‘상시적 군사 경제론’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동구권 나라에서도 벌어진 일이었다.

이 효과는 1960년대까지 지속됐지만, 계속되지는 못했다. 미국이 군비에 대규모로 지출하며 형성한 시장에서 일본과 독일이 큰 혜택을 봤다. 이들은 군비 지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성장해, 미국 기업들을 압박했다. 그래서 미국도 군비를 줄이고 생산적 투자를 더 해야 했고, 이는 이윤율 하락과 1970년대의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상시적 군사 경제론을 비롯한 군비의 효과에 대해 만델은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해 서술한다.18 여기서 만델은 전후 시기에 군비가 수요를 창출해 자본축적에 기여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잉여가치를 유출시켜 이윤율 하락을 저하시켰다는 효과는 부정했다. 만델은 오히려 군비가 착취율과 자본 축적율을 상승시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증가시키고 이윤율 하락을 낳았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현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군비 증가의 효과로 인해 미국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상당 기간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느린 속도로 상승했다. 미국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1931~1938년에 2.0이라는 높은 수준에서, 1948~1952년에 1.61로 떨어졌지만, 1953~1958년에 1.68, 1959~1962년에 1.78, 1963~1967년에 1.85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윤율도 1950년대 초반에 약 16퍼센트를 상회하던 것에서 1960년대 초반에 13~14퍼센트 가량이 됐다. 이윤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그 하락 폭도 완만했다. 게다가 세금 공제 후 이윤율은 1960년대가 1950년대만큼 높았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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