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서평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 에르네스트 만델, 이매진 ─ 《자본론》의 개념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점들

정선영 93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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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에도 두 강대국이 1만 개가 넘는 핵폭탄을 만들며 정신 나간 군사 경쟁을 벌인 이유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자신의 세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했다. 오늘날에도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고, 동아시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근본 이유에는 중국, 러시아, 유럽의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 제국주의론은 종속이론이 범했던 오류도 피할 수 있게 한다. 종속이론은 제3세계 국가들이 ‘저 발전’을 겪을 것이라 예상하고 선진국들이 후진국을 수탈한다는 관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브라질, 남아공, 대만 등 제3세계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이룬 사례는 종속이론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이처럼 레닌과 부하린의 제국주의론에 기반해 현대 제국주의에 대한 분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만델이 레닌과 부하린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제국주의를 경제적 틀로만 협소하게 설명하며, 종속이론의 주장을 절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그의 약점이다.

이와 같은 약점은 국가의 성격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돼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국가에 대한 성격 규정을 찾아 보기 힘들다. 물론 마르크스는 애초에 《자본론》을 기획하면서 국가에 대한 내용을 다룰 계획이었지만, 그 계획을 다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마르크스는 《자본론》 2권에서 “정부가 광산·철도 등에 생산적 임금노동자를 고용해서 산업자본가의 기능을 하는 경우에는 국가자본도 … 개별 자본의 총합에 포함”시켰다.9

엥겔스는 《공상에서 과학으로》에서 비스마르크가 독일 철도 체계를 국유화한 조처를 거론하며 이 점을 훨씬 더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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