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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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 에르네스트 만델, 이매진 ─ 《자본론》의 개념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논점들

정선영 93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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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의 원인

만델은 이윤율 저하 경향을 지지한다. 불변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높여서 이윤율을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고 상쇄 요인 때문에 부침을 겪더라도 이윤율의 하락 경향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만델이 실제 공황을 설명할 때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 경제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흐리는 태도를 취한다. 만델은 불비례설과 과소소비설이 이윤율 저하 경향과 동등한 수준의 공황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공황 시기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과 진정한 공황의 원인을 뒤섞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황 시기에 과잉생산과 과소소비 현상은 나타난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과소소비가 공황을 불러올 만큼 파괴적으로 벌어지는 이유에는 이윤율이 저하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호황의 시기에 무계획적인 생산의 확대가 벌어지면, 그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과 임금의 상승 등과 함께,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기술 투자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진다. 이는 이윤율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자본가들이 투자를 줄이기 시작하면 이미 생산된 생산재들이 판매되지 않고, 투자 감소와 함께 노동자들의 고용이 줄고 임금이 감소하면 소비도 감소한다. 과잉생산과 과소소비가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무계획적으로 생산되는 자본주의에서 생산 부문들 간의 불균형이나 과잉생산·과소소비는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이윤율 저하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이 심각한 불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또 만델은 이윤율 저하를 공황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실질 임금을 삭감해서 공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고용주들의 주장을 편드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21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 식 주장이다. 임금 상승을 중심으로 이윤율 저하를 설명하는 리카도 학파에게는 그런 비판이 어울리겠지만, 자본의 유기적 구성 상승이 이윤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면 임금 상승은 그에 비해 부차적인 요소일 수 있다. 실제로 만델이 이 글을 쓰던 1970년대에도 당시 발생한 공황에 대해 크리스 하먼 등은 임금 상승이 공황을 낳았다는 식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1970년대 공황을 앞두고 직·간접세를 포함한 임금의 몫은 그 이전 시기에 비해 상승한 것이 아니라 하락했다.(1955년 55.6퍼센트에서 1970년 50.2퍼센트로)22

오히려 만델은 당시 공황이 임금 상승 때문이라고 주장한 여러 논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1960년대 말에 국제적으로 “노동예비군”이 고갈돼 “실질임금의 뚜렷한 증가가 잉여가치율을 다시 하락시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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