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4호 2020년 5 ~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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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홍콩 항쟁을 둘러싼 한국 진보·좌파 내 논점들

이정구 21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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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

김정호는 미국이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홍콩 흔들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김정호는 “홍콩 을 공격할 경우 홍콩의 국제금융허브 지위를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중국 경제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10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반환될 당시 홍콩의 경제 규모는 중국 경제 규모의 18퍼센트 정도였지만 지금은 3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또한 1990년대에 개혁과 대외 개방을 강조하면서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덩샤오핑의 시대에 홍콩은 화교 자본이 중국에 투자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가 자금 조달을 홍콩에 의존하기 때문에 홍콩이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다.

국제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지위를 크게 보면 홍콩 항쟁의 의미나 전망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홍콩이 국제금융센터이기에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을 쉽게 투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곤 했다. 예를 들어 〈시사인〉의 이종태 기자도 “중국 경제엔 홍콩이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이 아무리 미워도 글로벌 금융센터의 지위까지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11 이종태 기자에 따르면, 2018년 중국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642억 달러 중 350억 달러가 홍콩 증시를 통해 이루어졌다. 또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1조 54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차관 중 60퍼센트 정도를 홍콩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해외직접투자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외국인들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자금 가운데 60~65퍼센트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자금 중 60퍼센트 정도가 홍콩을 경유한다.

무엇보다 홍콩은 무역 중계항으로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의 수출입 규모는 홍콩 GDP(2017년 기준)의 3배에 이른다.12 그리고 홍콩의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54퍼센트(2017년 기준),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47퍼센트(2017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중국과 홍콩 사이의 관련성이 높다. 홍콩 무역발전국에 따르면 홍콩의 전체 수출 중 재수출의 비중이 99퍼센트이고 자체 수출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홍콩 자체의 생산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2013년부터 홍콩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투자에서 포트폴리오 투자(증권 투자)와 은행자금의 합계가 직접투자보다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이종태 기자가 지적한 바처럼, 홍콩발 중국향 자본과 중국발 홍콩향 자본이 중국의 국제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홍콩 반란에 맞서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과정에서 혹여라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과실송금 등을 제한돼 홍콩이 국제금융 중심지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바로 중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홍콩 대신 상하이나 선전이 그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최근 브렉시트로 인한 런던시티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렉시트로 런던시티가 국제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에 대비해 각국 자본들이 본부나 지점을 옮기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브렉시트 추진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 홍콩 법인장 이정수는 “홍콩에 상장된 회사의 60퍼센트 이상이 중국 본토 기업이고 나머지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정작 홍콩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홍콩 상황보다는] 중국경제”라고 지적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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