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논쟁

그린 뉴딜, 기후와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정구 21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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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이런 발전과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다. 자본주의에서는 경제가 발전했지만 빈부격차도 함께 커졌고 과학기술이 발전했지만 인류가 모두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따라서 발전과 성장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발전과 성장이 문제다.

또한 탈성장론자 중에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게 되면 임금노동 체제도 변화를 겪을 것이고 이 때 임금노동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9 기본소득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성장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10 물론 기본소득의 취지는 공감하고, 지지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바뀌고 임금노동 체제가 폐지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그런 사회에서는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필요를 위한 생산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상품 구매를 위해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 그린 뉴딜이나 탈성장론 모두에게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것은 오늘날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을 누가 추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분쇄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할 노동자 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그린 뉴딜 지지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탈성장론자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탈계급적 대안을 추구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에 대한 강조가 자칫 종말론적·파국론적 미래를 묘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이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자본주의를 분쇄하고 인간의 필요를 중시하는 대안 사회를 건설한다면 지금의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개발될 것이고, 이것이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발전된 문명을 수백 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이윤 때문에 사용되지 않았던 새 기술이나 기계류 등이 활용되면서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의 생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린 뉴딜 주장이나 탈성장론 모두 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지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그린 뉴딜론자들이나 탈성장론자들이 제시하는 주장들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대안을 이루기 위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최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기상 이변이 사회주의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를 보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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