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서평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지와인 ─ 20대 속죄양 삼기에 맞선 진보 청년들의 합리적 반론

최미진 9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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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성-여성, 노인-청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연대를 강조하는 이 책 전반의 취지나 다음의 구절을 보면 저자들이 20대의 이런 태도에 그저 무비판적인 것 같지만은 않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서로를] “기득권 귀족 노동자” “노력도 안 하고 정규직 되려는 놈들”이라고 비난한다면 현실은 더 팍팍해진다.”(179쪽)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정성”이라는 표어를 이용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업준비생 청년들을 이간질하고10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의 배신을 정당화하고 있으므로, 좌파는 이 문제에 대해 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바닥을 향한 경쟁

왜 20대 상당수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게 됐는지는 서평자도 이해할 수 있다(찬성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주어진 조건이 각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회피하지 않고 분명한 논지를 폈으면 좋겠다. 취준생 청년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목할수록 바닥을 향한 경쟁만 남아,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전체 노동계급 청년들의 조건이 나빠질 뿐이다. 사실 현재의 공기업·공무원·교사 임용 시험은 업무에 필요한 능력과 큰 상관이 없다. 그저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기에 만든 제도일 뿐이다. 게다가 임용 시험에 드는 커다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 비정규직으로 먼저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이 정규직처럼 ‘상시 지속 업무’를 하면서도 차별받는 건 정의롭지(공정하지) 않다. 이들이 수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력도 보상받을 가치가 있다.11

공공부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씨나 구의역 김 군처럼 청년들이 차별받는 저질 일자리에서 희생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함께 정규직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기 위해 단결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다. 매우 부족한 의자를 놓고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만든 정부와 사용자들에게로 분노와 투쟁이 향해야 한다.

계급사회인 자본주의 사회는 출발선 자체가 불평등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정의 개념에도 한계가 크다. 시험이 그나마 공정한 제도라는 것은 착각이다.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결국 금수저들에게 유리하다. 부잣집 자녀들이 물려받은 제반 환경 자체가 경쟁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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