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2호 2020년 1~2월호)

지난 호

쟁점:지금의 이슈들

서평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지와인 ─ 20대 속죄양 삼기에 맞선 진보 청년들의 합리적 반론

최미진 9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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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자도 “청년 보수화”론에 대해 우려한다. 특히, 조국 사태 때 노동계 대표 조직들(민주노총, 정의당, 민중당)은 계급 대물림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에 반응하지 않고 조국 수호 편에 섰다. 이는 노동운동의 지지자가 될 수도 있는 상당수 청년들을 개혁 저항 세력으로 잘못 취급하며 사실상 오른쪽으로 떠민 것이었다. 물론 진보 염원 청년들의 사기가 아직 완전히 꺾인 게 아니므로, 앞으로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들의 개혁 염원 정서는 급진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이를 잘 이해하면서도 원칙 있는 좌파의 존재가 중요할 것이다.7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이나 급진적 페미니즘의 책망과 매도에 실망한 진보 염원 청년들을 보듬어, 우파에게 내치지 않는 긍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 말자’

이 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제공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음 구절이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말자. 잘못한 것에 대해서만, 그 잘못의 정도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된다.” 이 내용은 저자들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저자들은 토론이나 논쟁으로 해결할 일에 대해서도 공개 사과 대자보를 요구하는 ‘살풍경’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대학가의 풍토에 문제의식을 나타낸다. 특히, 성 관련 문제에서는 도그마 같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진상에 대해 논란을 벌이거나 정치적 이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2차가해’로 몰리기 일쑤다.

“설령 부당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갈등 자체를 회피하고자 하는 집단적 심리가 발동하여 당사자에게 빨리 사과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이렇게 되면 개인은 그 요구가 부당하더라도 굴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동의하지 않은 채 강제되며,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게 목적인 ‘사과’는 더 이상 사과가 아니라 ‘낙인찍기’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당신이 남긴 마음에도 없는 사과문은 하지 않은 일을 했다는 증거가 되어 평생 당신을 따라다닐 수 있다.”(253-255쪽) 서평자도 이른바 ‘닥치고 사과’와 양심에 반한 사과의 문제점을 다룬 바 있어 공감이 간다.8

특히, ‘누구 편이냐’를 먼저 정하기 전에 ‘양측 입장을 다 듣고 팩트가 무엇인지부터 챙기자’는 제안이 분별 있다. 저자들의 말처럼 “온라인 속보 경쟁의 시대에 처음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반전이 일어나는 경우를 수없이 겪”고, “온라인 박제와 조리돌림의 시대”에 죄를 뒤집어 썼을 때 이를 바로잡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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