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33호 2020년 3~4월호)

지난 호

논쟁 2:아나키즘과 신디컬리즘, 효과적인 대안인가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계급인가 허구적 개념인가?

키어런 앨런 85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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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준효, 차승일 / 감수: 최일붕

필자인 키어런 앨런은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 SWP의 지도적 당원이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 독일의 승리를 꿈꾼 극우 제국주의자》(삼인, 2010)이 있다.

의류업계처럼 학계도 유행을 탄다. 사업 수완 좋은 사회과학 학자들은 새 용어를 만들고 책과 동료 심사 논문으로 그것을 판매한다. 다른 학자들에게 많이 인용될수록 그 용어를 만든 학자는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유행을 앞서가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어서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도 그런 최신 유행어의 하나다. 그 말은 “프롤레타리아트”라는 낱말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세계화로 말미암아 생겨난 최근의 시류를 담아 내려 한 말이다. 바스대학교 경제학 교수였고 현재 런던의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 교수인 가이 스탠딩이 처음으로 그 말을 만들어 냈다. 그 전에 가이 스탠딩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여 년 간[1975~2006년] 경제학자로 일하며 “유연성”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신자유주의 담론의 득세에 회의적인 스탠딩의 관점은 또 다른 학계 유명 인사인 칼 폴라니의 영향을 받았다. 폴라니는 사실상 시장의 엄청난 힘을 규제를 통해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2년 ILO 경제학자였을 때 스탠딩은 현대 사회의 핵심 집단인 것처럼 여겨지는 “유연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복지 국가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유연 노동자”라는 말이 “프레카리아트”라는 말로 바뀌었고, 스탠딩은 학계에서 일약 유명해졌다.1

만약 “프레카리아트”가 그저 학술 출판 시장 때문에 생겨난 말에 불과하다면 논란거리가 거의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카리아트” 같은 말은 이론적 이해를 반영하는 개념이다. 학계의 이론이 온갖 치장과 난해한 전문 용어로 넘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은 직접적 경험을 넘어서는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다. 때로 그런 이해는 우리의 실천이나 전략적 선택과 연결돼 있다. 가이 스탠딩의 프레카리아트 개념도 분명히 중요한 함의가 있다.

스탠딩에 따르면, 프레카리아트는 다음 일곱 가지 주요 노동 안전망이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첫째, 다시 찾아온 대량 실업 때문에 충분한 소득을 벌 기회가 없다. 둘째, 일자리를 갖더라도 사용자가 내키는 대로 해고할 수 있다. 셋째, 명시된 직무기술서가 없다.[즉, 업무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 넷째, 고용되더라도 건강·안전에 관한 작업 수칙이나 노동시간·초과근로 규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다섯째, 진급이나 기술 연마의 기회가 없다. 여섯째,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물가인상률만큼의 임금 인상을 보장받지 못한다. 일곱째, 집단적 의사 표현 수단이 없다. 이것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특히 이주민이나 청년이나 노인(연금이 충분하지 않아서 다시 일을 해야 하는)이 그렇다.2

이해관계가 다르다?

그러나 스탠딩의 목적은 단지 현상 묘사가 아니다. 이론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이런 사태 전개를 이해할 방법을 밝히고 실천과 정책의 지침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스탠딩은 마르크스주의의 언어를 모방해서 프레카리아트가 “형성 중인 새 계급”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프레카리아트는 조직돼 있거나 자신의 독자적 이해관계를 자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하나의 계급으로서 존재할 객관적 조건이 조성돼 왔다는 것이다.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핵심 이유는 이 계급이 “프롤레타리아”와 이해관계가 뚜렷이 다르다는 것이다. 스탠딩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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