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8호 2018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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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경우의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 ─ 강경한 민족주의, 온건한 대안

한규한 1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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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우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 시대의 창(2008)

19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한 뒤 한국 좌파는 커다란 이데올로기적 혼란에 빠졌다. 많은 좌파 학자들이 체제 변혁이라는 거대 담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탈근대 담론으로 회피했다. 1987년 이후 자유화의 점진적 진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다. 특히 민족주의는 이들의 주된 거부의 대상이었다.

일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퇴행은 극단적이었다. 이들은 뉴라이트와 합작해 급진 민족주의와 민중주의를 공격하기도 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출간이 이를 상징한다.

2007년 7월 30일치 <통일뉴스> 칼럼에서 민경우는 이런 세태에 대한 자주파의 대응이 없음을 한탄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조국통일을 둘러싼 쟁점은 주한미군철수, 6·15 공동선언과 같은 정치강령에 있다기보다는 민족, 민족주의, 세계화, 자유주의 등 철학적인 문제, 현 세계사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연관되어 있다.”

이 점에서 민경우의 책 《민족주의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은 ‘민족 허무주의’에 대한 이론적·철학적 대응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이론 차원의 논쟁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천적 논의가 더 많다. 게다가 다루는 쟁점도 박노자·권혁범·박세일·도진순·김동춘 등의 민족주의관에서 장하준, 사회민주주의, 새사연의 국민주권 운동, 한미FTA 등 한국사회 대안 논의와 혼혈, 이주자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방대하다.

이 책은 <통일뉴스>에 연재했던 저자 칼럼의 연장에 있기 때문에 압축이 많다. 이런 압축은 기본적으로 이 책이 자주파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사상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그의 다른 책 《민경우가 쓴 통일운동사》와 <통일뉴스>에 연재중인 한국경제의 구조변화에 대한 칼럼, 그의 논문인 ‘21세기 진보운동의 재구성’을 함께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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