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호 (28호 2018년 11~12월호)

지난 호

인터넷 민주주의 — 신화와 현실

장호종 11 28
12 2 1
1/20
프린트하기 전체 보기 PDF 보기

인터넷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 사용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한편에서는 인터넷이 민주주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됐다. 특히 진보진영과 반신자유주의 운동 내에서 그랬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이 부정확한 정보를 퍼뜨리고 기껏해야 쓸데없는 잡담이나 주고받는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사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두 입장 모두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말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쓰레기통이 돼 버린 게시판이 있는가 하면 비록 부분적으로 그런 결점을 안고 있을지라도 수십만 명이 참여해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공간들도 있다. 그리고 이처럼 두 가지 서로 상이한 측면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터넷이 천국과 지옥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는 이 사실을 보여 주는 데 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다. 필자에게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대기업들의 홍보용 웹사이트와 다음 아고라 같은 인터넷 토론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이 보급된 초기와 현재 상태가 많이 다르고 여러 가지 조건(기술 발달·자본·교육 정도·지리적·공간적 문제 등)에 따라 각각의 통계가 의미하는 것도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대체로 일반화할 수 있는 거시적 통계들과 게시판과 댓글 등을 이용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토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이 글에서 밝힌 인터넷의 현실도 단지 현재의 상태일 뿐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은 수많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의 진화가 그렇듯이 인터넷의 진화도 그 방향이 반드시 ‘진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초기의 흥분과 열광 혹은 비관적 예측과 달리 인터넷 공간은 점점 더 현실과 닮아가고 있고 사회 전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듯하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현실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주장할 것이다.

닫기
x닫기